1910년 대한제국을 강제로 병합한 일본은 조선을 ‘완전히 그리고 영구히 지배할 것’을 천명하면서 일시동인, 내선융화를 표방하였다. 이러한 일제의 지배방침은 조선을 단순히 영토적 식민지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과 하나가 되게 함으로써 영구적인 일본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을 의미하였다. 지역적으로 근거리에 있고 인종적, 문화적으로 유사성을 가지고 있는 조선을 완전히 일본에 흡수함으로써 훗카이도나 오키나와같이 일본의 한 부분으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이는 ‘최소의 비용에 의한 최대의 수탈’이라는 원칙 속에서 지배 그 자체만을 추구했던 서구제국주의 국가들의 식민정책과도 크게 다른 일본식민정책만의 특징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식민정책의 목표가 완전한 일본화란 점에서 식민정책의 내용도 정치경제적 지배를 넘어서 조선적 정체성 자체를 말살시키려는 민족말살정책으로 추진되었다. 조선역사, 조선어를 말살하려 하였음은 물론이고 일제 말기에는 창씨개명, 신사참배 등을 통해 최소한의 조선적 기억마저도 없애려 하였던 것이다.1) 그러나 조선의 완전한 일본화라는 거창한 목표와는 달리 일제가 이를 실현할 만한 능력과 조건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조선을 완벽히 지배할 만한 행정력이 부족한 것은 물론 조선인은 오키나와와는 달리 2,000만 명의 인구와 수천 년간의 독립적 문화, 역사, 국가의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이었다. 곧 동화는 제국주의자들의 목표였을 뿐, 조선은 그렇게 손쉬운 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러한 현실에 따라 동화라는 일관된 목표를 지향하면서도 지배정책의 구체적인 내용은 1910년대, 1920년대, 1930년 이후에 각기 다른 양상을 띠며 전개되었다.

이 중 일제가 조선을 강점하고 지배체제를 구축한 1910년대는 일제 스스로도 ‘무단통치’라고 명명한 강압 정책이 중심이 된 시기였다. 우선 조선총독은 입법, 사법, 행정 모든 부분에 대한 절대적인 권한을 가진, 천황에게만 책임을 질 뿐 일본내각에 대해서도 독립적인 무소불위의 권력이었다. 조선통치에 관한한 삼권분립이 필요 없는 독점적인 권력을 마음껏 행사하여 조선인의 저항을 조기에 말살하라는 것이었다. 또한 조선총독은 육군대장 중에서 천황으로부터 직접 임명되었다. 정상적인 통치가 아닌 힘을 앞세운 군부의 억압적 통치가 지배정책의 기본적 방향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군인 조선총독하에서 조선인의 권리는 아주 기본적인 것도 지켜지지 않았다. 친일단체들까지도 강제 해산시킬 정도로 집회, 결사의 자유를 억압하였으며, 『대한매일신보』, 『황성신문』 등 조선인의 모든 신문과 출판물을 강제 폐간하여 언론의 자유 또한 박탈하였다.

억압적 지배의 물적 기반이 된 것은 헌병경찰과 군대였다. 헌병경찰제도는 헌병이 일상 경찰업무를 담당할 수 있도록 한 것으로서 조선민족을 군사적으로 억압, 감시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이었다. 이들 헌병은 전국 각지에 파견되어 헌병대장이 경찰관서장을 겸임하여 조선인을 탄압, 지배하는 데 최일선에서 활동하였으며, 의병토벌, 첩보수집은 물론 범죄 즉결처분권, 민사쟁송조정권, 일본어 보급, 농사개량, 징세, 산림, 위생감독까지 포괄하는 광범한 권한을 지니고 있었다. 헌병경찰은 이런 권한을 이용하여 법적수속 정식재판 없이도 멋대로 벌금, 태형, 구류 등의 처벌을 가하였고, 고문 등의 방법을 통해 죄를 날조하기도 하였던 것이다. 강압과 무력의 과시를 통해 조선인에게서 저항할 의지를 없애고, 조기에 식민지 지배에 순응케 하기 위해서였다.2)

일제는 이러한 억압적 지배를 밑바탕에 깔면서 여타의 지배체제 역시 구축하기 시작하였다. 식민지 강점 이후 부족한 지배력과 지배기구의 미비를 무력을 통해 메우고 있지만, 안정적인 지배를 위해서는 지배체제가 신속히 조직화될 필요가 있기 때문이었다. 특히 식민지지배에 걸맞는 행정구획과 교통시설과 교육제도의 정비는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다. 전자는 효율적인 지배망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인 문제였고 후자는 조선인의 저항의식을 마비시키고 지배체제로 포섭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었다. 아래에서는 여주지역에서 이상의 세 부분을 중심으로 식민지지배체제가 어떻게 구축되는지를 살펴보도록 하겠다.